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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그냥 '일'과 '배려심'

청소부 A는 화장실의 칸마다 여분의 티슈를 챙겨 놓는다.

청소부 A가 관리하는 화장실에 들어가는 나는 언제나 걱정이 없다.
급한 마음에 화장실의 칸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는 과정에서 힐끗 여분의 티슈가 있는 곳을 쳐다본다.
그리고 안도한다. 걱정하지 않아도 그 곳에는 언제나 여분의 티슈가 있다.

청소부 B도 늘 여분의 티슈를 챙겨 놓는다.
청소부 B는 여분의 티슈들을 화장실의 창문쪽 틀에 쌓아놓곤 한다.
급한 마음에 화장실의 칸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기 전에 난 언제나 생각한다.
"아~티슈 없을 수도 있는데.."
역시나 숨통이 끊어지기 직전의 얇은 티슈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뿐이다.
난 다시 문을 열고 나와 창문으로 걸어간다. 그곳에 쌓여져 있는 티슈 하나를 들고 다시 화장실 칸으로 들어간다.
청소부 B가 관리하는 화장실에서 나는 불편하다.

'일' 을 '일'로 하게 되면 화장실에 여분의 티슈를 쌓아놓으면 그만이다.
'일'에 '배려심'을 더하면 칸막이마다 여분의 티슈를 정성스럽게 비치하게 된다.

그 어떤 일이라도 배려심이 배제 된 '일'은 기계적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이란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다. 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일이란 간도 보지 않고 처음 만드는 찌개와도 다를 바가 없다.
누가 먹든 난 찌개만 만들면 그만이니까. 그게 내 일이였으니까.

나에게 자문해 본다.
나의 환경이 나에게 쌓아놓은 배려심 (나쁘게 말하면 눈치를 보며 살 수 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삶)은
십자가처럼 무겁기만 했다. 지나가는 행인들에게도 배려심이 발동되어서 스스로 힘들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였다.
게다가 20대 중반부터 시작된 직장생활에서 나의 내재된 배려심에 지적받은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러면 너만 손해봐, 그건 업체 사정이고"

난 내가 잘 못 된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흘러 내가 날 지적하던 사람들과 같은 나이가 되어 보니,
그들의 생각이 얼마나 근시안적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결국 사람이 모든 것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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