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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편견

가끔 보곤 했던 ‘차이나는 클라스'에 연세대 김상근 교수님이 나온다고 해서 다시보기로 시청을 했다. 김상근 교수님 강연은 예전에 몇 번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어 기대가 되었다. 주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였다. 흥미로운 주제다. 1부에는 마키아벨리가 젊은 시절 살았던 피렌체의 정치적 상황을 훑으며

 ‘군주론'을 쓰기 전까지 마키아벨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을 사건들을 다뤘다. 좋았다. 다 좋았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모두 보고 난 후에 난 타임라인을 오프닝으로 옮겨 다시 보았다. 아무래도 신경 쓰였던 부분이 있었다.

김상근 교수가 대중적으로 유명한 분은 아니라 아무래도 패널들은 잘 몰랐을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패널 중 20대 여성 분께서 하신 말씀이 아무래도 거슬렸다.


상황은 이랬다


패널 : 인문학 전도사로 유명한 김상근 교수님입니다

김상근 교수 : 저는 전도사보다는 목사입니다. 인문학 목사(농담조) 

패널 : 전도사 보다는 높은 거지요? 하하하~(농담조)

문제의 여성 패널 : 그럼 돈이 많으시겠네요? 



띠용?


그 여성 패널이 평소에 청년 세대를 대변하며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나는 20대는 훌쩍 넘겼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내 생각에는 아직..) 청년 입장으로서 그 여성 패널의 평소 논조에도 공감했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왠지 계속 마음에 맴돌았다.  

일단 김상근 교수님이 돈 많은 목사라 가정하더라도 공식적인 강연의 강연자에게 첫 마디로 내뱉기에는 적절치 않은 말 이였고, 

게다가 그 발언은 목사란 존재를 성급하게 일반화한 발언이었다. 


과거 3년 정도 크리스찬생활을 하며  적지 않은 수의 목사와 전도사, 신학생들을 만나봤다. 그들 모두 각자의 종교적 믿음과 신념을 가지고 본인의 삶을 믿음

대로 살려 노력하고 있었다. 또한 곁에서 지켜본 그들의 생활은 녹록치 않아 보였다. 특히 깊은 대화를 나눠본 신학생 그리고 신대원 준비생들은 자신의 젊음

과 인생을 모두 종교적 신념에 몰빵한 대단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물론, 그 중에도 양아치는 있다. 어디든 양아치는 존재한다. 


흔히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목사들은 돈과 성욕에 환장한 먹사일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으면 미디어에 나오지 않으니까.

난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적어도 종교적 신념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살아가는 대다수의 목사들은 존경한다.

하지만 그런 목사들은 미디어에 나오지 않으니 기독교를 직접적으로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결국 내가 느낀 건, 내가 직접적으로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 함부로 비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기독교에 대해 잘 모르는 대다수의 머릿속에 목사란 존재는 '순진한 신자들을 삥땅쳐 먹는 사기꾼' 이라는 미디어의 메시지를 그대로 믿게 되는 것과 같은 

실수를 나도 많이 할 것이다. (여기서 미디어는 공신력 있는 미디어 +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포함이다)


편견이란 참으로 무섭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편견 중에 하나가 섹시하게 차려입은 여성을 보며 짙어대는 (말이라고 하기도 너무 더럽다) 개저씨들의 말이다. 

"쟤 출근하나 보다" 

내가 보기에는 그저 오늘 기분 전환용으로 잘 차려입은 멋진 여성일 뿐인데 '출근한다'라고 말하는 개저씨들의 말에 난 그저 인상을 찌푸릴 뿐이다.

반대 의견을 내어봤자 그들의 편견의 벽을 넘을 수는 없더라. 


편견은 참으로 쉽다.

'중국인은 더럽고 시끄럽다'라는 편견으로 낙인을 찍고 대동단결하면 이슈가 없다.

다들 한마디씩 덧붙인다.

"내가 중국에 갔을 떄 말이야..." 

"내가 아는 중국애가 있는데 말이야...얼마나 더럽냐면" 블라블라블라 


나는 몇 년간 중국인 친구들과 아주 친밀하게 지낸 경험이 있는데 내가 더럽다며 핀잔을 받은 경험이 더 많다. 

난 중국인은 아니고 명백한 한국인이다. 


어떠한 대상에 낙인을 찍으면 세상이 단순해 지지만, 그 단순한 세상은 현실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아는 중국인은 매너가 좋고, 내가 아는 목사는 풍족하지 않으며, 내가 아는 짧은 치마와 딱 붙는 원피스를 즐겨 입는  여성은 대기업에 다닌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쉽게 낙인을 찍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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