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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각자의 짐

왼쪽 목에 500원짜리 동전만한 빨간 상처를 입은 고양이를 보았다.

‘아롱아, 아롱아’

불러보니 경계하며 슬금슬금 주차된 차로 들어간다.

‘아이고, 어떡하니..’

딱한 마음이 소나기 내렸다.

‘아롱아, 아롱아..이리 와바‘

무의미한 울림이 고양이의 귓전에 스쳐 흘렀고, 고양이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람의 짓일까, 단순한 사고였을까 혹은 질병일까? 해답 없는 의문들을 공허하게 생각했다.

결국 고양이가 감당해야 할 몫 이였다.
악한 사람의 짓이라 한 들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행여나 내 부름에 응답한 고양이가 살갑게 다가와 내 손 끝에 자기 이마를 비빈다 한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포근한 감촉으로 내 맘은 잠시나마 행복하겠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는 어떨까? 고양이도 내 손 끝의 작은 체온으로 잠시나마 편안함과 위로를 느낄 수 있을까?

모든 만물에는 자기가 감당해야 할 몫 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냉정한 사회에서 자신의 몫은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를 가지게 되었다.
본연의 나는 그렇지 않았지만 사회인이 되기 위하여 나는 그렇게 되었다.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동전 만한 상처를 가진 고양이를 바라보며 내 맘은 편치 않았다.
솔직하게 나는 고양이가 감당한 슬픔의 몫을 나누어 들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했더라면 나는 조금 더 행복해 졌을 것 같다.

고양이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회사로 돌아가는 골목으로 걸어가니 한 노인이 힘겹게 걸음을 걷고 있다.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오른쪽 어깨는 벽에 지지한 채 힘겨운 걸음을 띄고 있었다.

세상 만물의 짐은 공평하지 않다.

본연의 나는 저들의 짐을 나눠들자고 마음 속에서 두 손을 흔들며 메아리치지만, 현실의 나는 그 노인을 지나쳐 회사로 발걸음을 뗐다. 

밝은 햇빛이 재잘거리는 오후였다. 
내 짐은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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