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장

[알렉사 클레이, 키라 마야 필립스] 또라이들의 시대



엉뚱한 한글 제목을 가진 이 책의 원제는 'The MISFIT ECONOMY'이다. 그대로 번역하자면 '부적응자의 경제학' 또는 '부적격자의 경제학' 이지만 

이 책의 핵심 개념인 misfit에 가장 잘 들어맞는 단어가 '또라이' 라고 생각되어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이런 제목을 제안한 번역작도, 출판사도 대단하다. 


밑줄 긋기 


마케도니아에서 자원봉사를 경험한 깁 불럭과 아마존에서 영적인 모험을 감행항 타일러 게이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현실로부터의 이탈은 때로 창의력과 자기 성찰의 원천이 된다. 마음 깊은 곳의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로에서 완전히 벗어나 영감을 얻기 위해 '은둔의 시간'을 갖는 젊은 경영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주말 동안 전자 기기를 내려놓고 
조용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 '디지털 해독' 휴가도 보편화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기업가들을 위한 은둔형 휴양 시설 '디셀러8(감속이라는 뜻의 decelerate를 변형한 단어)을 운영하는 마이클 바흐만은 이렇게 말한다. 

"온갖 소음과 단절한 뒤 정말 중요한 문제에만 모든 에너지를 재집중하는 거죠. 현대인들은 정보의 홍수에 압도되고 정신이 
산만해져 현실 감각을 잃고 있으니까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리바이 펠릭스도 새롭게 뜨고 있는 이 시장에 뛰어든 사업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기업인들을 위한 디지털 해독 프로그램과 성인을 위한 여름 캠프를 운영한다. '캠프 그라운디드(camp Grounded)' 라는 이름의 이 캠프는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국립 공원 안에 있는데, 이곳에서는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등 어떤 전자기기도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유행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회와 거리를 두는 '감속'의 경험은 오랫동안 인류가 즐겨 온 유희였다. 신학자 헨리 
나우엔이 서슬했듯, '고독은 변화의 용광로' 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아웃사이더 헨리 소로는 월든 연못에서 고독한 자급자족의 삶을 영위하며 이런 글을 남겼다. 

'어떤 사람이 자기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다른 드럼 소리를 듣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듣는 음악에 
발맞춰 걷도록 내버려 두라. 그 박자가 어떠하든, 그 소리가 얼마나 멀리서 들리든 말이다.' 

소로에 의해 낭만적으로 묘사된 은둔의 본능이 점차 기업 경영에도 스며들고 있다. 이런 생활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고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장애물과 방해꾼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이상을 형성하는 발전 단계에서 큰 선물이 될 수 있다. 고독은 내가 아는 것, 혹은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방향을 돌려 새로운 이상을 품을 여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회의 압박과 휴대폰 벨소리, 매일 해야하는 일상에서 벗어난다면 더 큰 그림과 목표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잭 버딘이라는 창업자는 바로 이런 경험을 했다. 버딘과 두 공동 창립자는 시애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섬으로 들어갔다. 고양이 한 마리와 닭 열 세마리를 돌보는 대가로 이들은 숙소와 인터넷 벤처를 창업할 공간을 제공 받았다.

"우리는 스타트업으로 뭘 할지는 전혀 얘기하지 않았어요. 대신 이 세상과 웹을 더 낫게 만들자는 사명감에 불타고 있었죠." 

그렇게 해서 이들은 '뉴 하이브(New HIVE)'라는 플랫폼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플랫폼은 자기표현을 위한 '빈 캔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들은 디지털 아트북부터 야한 GIF파일, 시, 자기 고백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마음대로 올린다. 텀블러나 
미디엄 같은 단문 블로그 플랫폼과는 달리 뉴 하이브는 사용자가 원하는 건 뭐든 올릴 수 있다. 뉴 하이브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 성공을 장담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사회에서 벗어나 시간을 보내는 게 창의력과 창업 아이디어를 자극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고립된 생활은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 보고 토론할 여유를 줬어요. 방해받지 않고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자연 속에서 오래 
산책하면서 명상과 브레인스토밍도 할 수 있었죠." 

회로에서 벗어난 덕분이지 이들이 만든 플랫폼은 좀 더 실존적인 면모를 띠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광풍 속에서 일부 
스타트업들이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거나 근시안적인 앱들을 찍어 내는 시대에 뉴 하이브는 뭔가 영적인 느낌마저 준다. 
버딘은 '진정으로 특이한 웹 공간이라는 애초의 취지를 지켜 나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탈출의 욕구는 비단 은둔 애호가나 야심만만한 창업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끔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면 당신 또한 급격한 
내면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