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인 1994년부터 1996년에 내가 열중했던 일 중의 하나는 '음악 듣기' 였다.
그 당시 카세트 테이프 하나의 가격은 4,5천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당시 길동사거리 근처에 위치했던 레코드샵에서는 신보가 출시되면 노랑색, 주황색 종이에 신보 출시를 알리는 안내문을 붙이곤 했었다. 친구들과 할 일 없이 돌아다니다가 좋아하는 가수의 신보가 출시되었다는 안내문을 보면 머리 속에 계산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찌 어찌 돈을 모아서 저걸 사야겠다!
집을 나와 레코드샵에 가는 발걸음이 주는 경쾌함과 기대감은 은혜로웠다. 충만한 기쁨으로 새로 산 테이프를 보물처럼 안고 집에 돌아와 워크맨에 장착을 한다. 수학의 정석은 안 봐도 멋진 표지와 가사, 그리고 Thanks to.가 적혀 있는 라벨은 손에 놓지 않고 샅샅이 읽고 또 읽었었다. A트랙부터 B트랙까지 가사를 보며 찬찬히 노래를 듣고 또 들으며 따라도 불렀다. 이 모든 과정이 주는 충만한 은혜!는 당시 사춘기 내 삶의 유일한 완전한 기쁨이였다.
4,5천원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산 테이프의 모든 곡은 다 좋았다. 설사 좋지 않은 곡이 있더라도 스스로 '이 곡은 좋아, 내 돈이 얼마나 들어갔는데...'라며 스스로를 속이곤 했었다.
2000년대 부터 시작된 인터넷의 대중화를 통하여 (당시 무료였던) 벅스 실시간 음악 듣기, 소리바다 mp3 공유 부터 지금 내가 이용하고 있는 멜론 스트리밍 및 dcf파일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하여 음악 듣기는 예전처럼 설레임을 동반하는 행위가 아니라 물을 마시는 것 처럼, 밥을 먹는 것 처럼 내가 스스로
의식하지 않으면 감사하거나 기쁘지 않은 행위가 되었다.
사람도, 삶도 마찬가지이다.
'값 없이 얻은 어떤 것'은 나에게 '값을 치룬 어떤 것'보다 충만한 행복을 주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내가 포기한 것,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노력한 것의 총량만큼 나에게 사랑 이상의 충만한 감정이 피드백 되어온다.
값을 치루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적으로 부유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에
'값을 치루지 않고' 가정으로부터 정서적, 재정적 지원을 받는 친구들을 보며 많이 부러웠었다.
(역시) 상대적으로 나의 삶은 그들이 '값을 치루지 않고' 얻는 무수한 혜택에 비해서 궁핍했고 치열했고 짠내가 진하게 배여 있었다.
그렇다면 나의 삶은 불행했던 것인가?
맞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생각은 달라졌다.
나는 내 삶을 위해 나름의 '값을 치뤘다'.
'값을 치룬 내 삶' 은 지금도 비틀비틀하고 휘청휘청할 때가 더 많지만,
적어도 인생에는 궁핍에 처할 때도 있고, 부요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 그러한 궁핍이 주는 두려움은 실제보다 늘 컸고, 또 그 나름의 삶의 냄새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행복이란 부요함이고, 불행이란 궁핍이라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행복이란 모든 관계(하나님, 사랑하는 사람들)에서 나오며,
부를 추구하는것은 단지 '불행=궁핍'이 스며들 수 있는 여백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부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 삶의 목표가 된 것은 주객이 전도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관계에서 우월하고 싶은 자아적 욕구와 내 가족과 내 사람들을 잘 챙기려는 이타적인 마음에서 '부'를 추구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소홀하고 상처를 주고 결국 부만 얻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목적이 뒤바뀌는 선한 동기라...
물론 다 그렇지는 않다. ^^
난 꼭 한 번 '부유'해 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내가 부유하지는 않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에 이런 말들을 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사람들의 입에
돌직구를 날리고 싶기 때문이다.
-나도 부유해 봤거덩!
내가 하나님을 가슴 깊이 알게 된 그 순간에 나의 가치관이 모두 흔들려 버렸다.
- 아, 이거구나! 이 순간을 위해 지금까지 날 이렇게 뺑뺑이 돌리셨구나!
내가 지금까지 치룬 모든 '값'들은 이 순간의 나를 위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시간들이였구나!
'값을 치루지 않는 인생'
즉, 너무 편안한 인생만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이 잘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듣고 싶은 음악이 출시 되어도 멜론으로 클릭 한 번이며 설레임 없이 들을 수 있는 이 시대의 편리함이 나에게 더 이상 '음악 애호가'라는 타이틀을 떼어버린 것처럼,
너무 편안한 인생만을 산다면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과 위대하심을 생생하게 느끼지 못 할수도 있다.
물론, 늘 평안한 하나님을 느끼며 평안하게 살아가는 지체들도 있겠지요. 난 또 그런 분들은 더 존경한다.
- 어떻게,,저렇게 편안한데도 하나님을 믿고 기도하고 찬양하며 눈물 흘리지?
그런 분들은 별다른 고난이 없어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에 하나님이 '굳이' 값을 치루지 않는 인생을 주시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결국 삶이 편하면 속된 말로 '빠지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만 '값을 치루는 인생'을 주시는 건가? ㅠㅠ
요나는 물고기 뱃속에 넣어 버리시고, 왕자였던 모세는 40년을 광야훈련 시키시고,
배려심 없고 자기중심적이던 요셉은 노예로 팔아버리셨다.
나도 엄청 더 깎여야 한다. 아직도 자존감이 너무 크다. 편하면 바로 타성에 젖어버린다.
솔직히 지금 당장 내일 누가 나에게 10억을 준다면 난 바로 말씀 읽고, 기도하고, 찬양하는 삶을 보류 할 지도 모른다.
-일단 좀 즐기고 돌아올게요~하나님! 유럽여행이라도~나 그동안 고생했잖아요~
역시 난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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