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는 1.5편을 봤습니다.
아사코는 다 봤고, 328분의 런닝 타임을 가진 '해피아워'는 아직 중간 정도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해피아워에 비해서는 짧은 179분의 런닝타임입니다.
왜 좋은지 모르겠는데 나도 모르게 계속 집중하게 되는 영화.
이 감독의 영화를 보며 90년대의 왕가위가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과 주제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대단한 사건이나 반전 등이 등장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집중하게 됩니다.
감독이 관객을 끌고가는 연출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 영화의 원작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이라고 합니다.
90년대부터 하루키의 팬이였고, 지금도 그의 신작은 다 챙겨보곤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영화의 원작이 되었다는 소설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단지 가후쿠의 아내인 '오토'가 이야기하던 여고생의 이야기는 소설에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키의 소설은 저에게 읽을 당시의 분위기와 감정은
생생히 기억나지만 스토리는 흐릿하게 기억이 납니다.
소음 속에서 더욱 빛나던 이유나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였습니다.
연극 <바냐 아저씨>를 연기하던 '이유나'(박유림 배우)의 마지막 수화 연기는
고요했지만 영화를 감상하던 저를 꽉 껴앉고 외치는 것 같았습니다.
힘들어도 살아야 한다는 위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하게 살며 나중에 저 세상에서
하나님께 얘기하면 된다는 미소 짓던 '유나'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시끄럽게 외치고
모든 것이 기다리지 못하고
모든 것이 빠르게만 가지만
이런 세상에서 오히려 고요함의 힘이 더 세진 걸까요?
대사도 없는 유나의 수화와 표정만으로도
아주 오랫만에 영화에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바냐 아저씨, 우리 살아가도록 해요.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참고 견디며 마음의 평화가 없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 든 후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이 오면 얌전히 죽는 거예요. 그리고 저세상에 가서 얘기해요.
우린 고통받았다고. 울었다고. 괴로웠다고요. 그러면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어여삐 여기시겠지요.
그리고 아저씨와 나는 밝고 훌륭하고 꿈과 같은 삶을 보게 되겠지요.
그러면 우린 기쁨에 넘쳐서 미소를 지으며, 지금 우리의 불행을 돌아볼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드디어 우린 평온을 얻게 되겠지요."
드라이브 마이 카 "유나"의 마지막 수화 대사
히로시마에서 나카톤베쓰조까지?
영화의 막바지에 연극을 중지하느냐, 내가 배역을 맡느냐의
결정 앞에서 '가후쿠'는 2일의 시간을 얻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떠납니다.
와타루의 고향을 가자고 하지요.
일본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저는 그 거리가 궁금했습니다.
분명 가후쿠가 운전을 교대로 하자고 한 걸 보면 아주 먼 거리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며 구글맵에 추산한 결과는 2,049km였습니다.
헉....
정말일까요? 제가 잘못 친걸까요?
과연 이 둘은 어디서부터 페리를 타고 이동한 걸까요?ㅎㅎ
영화와 상관 없이 정말 궁금했습니다.
결말, Drive my car
이 영화의 마지막에 와타리는 부산의 마트에서 장을 봅니다.
한국인 직원의 말에 능숙한 한국말로 답변까지 합니다.
그리곤 다시 등장하는 빨간색 사브900터보.
한국 번호판을 달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스크를 벗은(코로나 이후인가 보죠?) 와타리의
얼굴에는 어머니가 죽을 때의 상처가 사라져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내내 무표정이였던 그녀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번지죠.
그리고 영화의 제목대로 Drive my car를 합니다.
진짜 Owner Driver로 말이지요.
상처 앞에 굴복할 뻔 했던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 앞에서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그렇게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오랜만에 참 따뜻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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