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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매일

메멘토 모리

이어령 교수님이 천국으로 가셨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분의 신간들이 마른 하늘에 우박이 떨어지듯 출간되고 있다. 

본인이 마지막을 준비하며 많은 분들과 협업하며 준비한 책들인 것 같다. 

생전에 난 그 분을 만날 기회가 한 번 있었다. 불과 1년 전 쯤인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생겨 그 놀라운 기회를 놓쳤다. 내가 천국에 가기 전까지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그래도 지인이 이어령 교수님와 오랫동안 통화하는 내용은 한 번 들었다. 

강의과 매체를 통해 들어본 그 목소리 그대로였다. 

전화기를 뚫고 나오는 묵직하고도 예리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이어령 교수님이랑 통화해요?" 라고 반사적으로 이야기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분은 참 똑똑했다. 그래서 기독교인이 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따님의 아픔과 관련된 일들을 겪으며 그 분은 지성이 아닌 영성으로 하나님의 실존을 깨닫게 된 것 같았다. 

 

 

 

죽음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죽음은 그렇게 아주 구체적으로 게구멍이나 게 발 같은 모양으로 나타난 겁니다.
그것도 텅 빈 갯벌 구멍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거죠.
종교도 하나님도 우리 앞에 아주 우연한 계기로 다가오는 것이지요.
- 메멘토 모리, 이어령 -

 

이어령 교수님이 죽음을 '텅 빈 갯벌 구멍에 게 발 같은 모양으로 나타난다'고 표현한 것에 놀랐다. 

갑자기 나타나는 건 갯벌의 게, 죽음, 하나님, 종교도 마찬가지라고 하셨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부터 개인적으로 존경하던 분들이 은퇴를 하거나 세상을 떠나고 있다. 

난 그 분들이 떠난 자리를 채울 대안을 가지지 못 했다. 

그 분들의 과거를 뒤적이며 그 분들이 따른 진리를 마음이 새겨 나 역시 누군가에게 하나의 증거가 되어야 할 터이다. 

그것이 존경하던 그 분들의 가르침을 따른 랜선 제자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어령 교수님이 암으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 천국의 예수님과 함께 특유의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 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그 곳에서 그 분을 만나면 꼭 현세에서 드리지 못한 인사를 드리고 싶다.

덕분에 많이 깨달았습니다. 덕분에 인간 구실 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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