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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회심

신뢰_Ruthless TRUST - 브레넌 매닝 -

번에는 전혀 다른 그리스도인 무리에 대해 말해보자. 불확실한 상황에 고통받고 회의에 시달리며 답 없는 의문으로 고민하는, 사면초가에 싸인 신자들 무리다. 그들은 그리스도께 온전히 마음을 빼앗긴 자들이지만 인간의 자유가 불러올 불행이 우려되어 늘 고뇌한다. 한 여자는 내게 "사람들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자신을 강요하지 않는다고들 말하지만 나는 그런 정중함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은 복음을 받아들이고 싶고 그 안에 들어가려 해도 왠지 안된다. 그들에게 가장 좌절을 주는 말은 "그냥 믿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다. 믿음이 쉽게 오지 않기 때문이다. 끝내 오지 않을 때도 있다. 다행히 그들은 믿는 척하기를 거부한다. 그 바람에 체념하고 신앙공동체의 아웃사이더가 되어야 한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부랑아 단체의 아웃사이더는 아니다. 우리 세대의 위대한 그리스도인 작가 하나도 그 무리에 속하지만 나는 그를 영적 거장이라 생각한다. 

 이 용감한 영혼들은 인간 조건의 실존적 고독으로 깊이 들어가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하나님을 그들은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을까? 한 친구는 내게 "나는 '아바여, 나는 아버지의 것입니다' 라고 기도할 수 없다. 정말 믿지도 않으면서 입만 달싹이는 거짓 같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기한 하나님 사랑은 그 사랑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들까지 꿰뚫을 만큼 맹렬하다. 무한한 자비의 침묵 속에 잠기는 사이, 그들 아웃사이더들은 그분 임재를 느끼며 "내가 여기 있으니 두려워 말라. 네 고달픈 세상의 부조화와 불협화음 속에 내가 살아서 다스린다."고 속삭이시는 부드러운 음성을 듣게 된다. 많은 알코올중독자들의 회복이 절망의 극한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아웃사이더들의 신뢰도 절망의 극한에서 시작된다. 이것이 위대한 유대인 철학자 마르틴 부버가 고백한 체험이다. "나는 정말 스승도 아니고 하나님을 확신하는 자도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 앞에 위태롭게 된 자요 하나님의 빛을 얻고자 늘 새롭게 씨름하며 하나님의 심연에 늘 새롭게 빨려드는 자다." 
 자신을 그렇게 묘사할 때 부버의 나이 마흔이었다. 필시 이후의 반세기 가까운 생애에도 그것은 계속 그의 실체의 반영이었을 것이다. '아웃사이더들'은 독특한 소명과 독특한 은혜  (사면초가에 빠진 신자들의 숱한 의문을 감당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답하는) 를 받는 예가 많다. 그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동일한 지옥을 직접 통과했기에 그들은 얼마든지 신임이 있다. 십중팔구 그들은 가차없는 신뢰의 길을 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무리에 속한 것을 자랑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나는 나의 영적인 상태가 나만의 특이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의 마음을 헤집어 내가 문장으로 표현하지도 못했던 감정들을 불쑥 들이미는 듯한 브레넌 메닝의 글을 보고 깜짝 놀랬다. 

"아웃사이더들의 신뢰는 절망의 극한에서 시작된다"는 메닝의 말은 실로 그렇다. 내 절망의 앞에는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 난 죽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 했던 새로운 회심의 여정에 오르게 되었다. 이전처럼 오버하지는 않는다. 난 이 여정이 결국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약하고 인내하지 못하며 게으르다. 지난 번 여정과 이번 여정의 다른 점은 한가지다. 그때의 나는 교만했고, 지금의 나는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알고 있다. 난 진정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였다. 자기도취와 자아에 매몰되어 허우적 거리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하지만 이 다름은 실체의 내가 달라졌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는 여전히 자기도취와 자아에서 허둥대고 있다. 다만 현상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고, 난 이 문제들을 놓고 기도하고 있다. 아직 나는 변화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지리멸렬하게 변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력 할 것이다. 

Ruthless Trust, 참 행복해 지는 문장이다.  난 신뢰할 만한 대상을 드디어 찾았다. 그 대상에 대한 내 신뢰는 가차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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