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하리만큼 찌찔하고도 순수한 슈호프의 섬세한 감정 표현에 몇 번이나 놀랐다.
작가인 솔제니친의 오랜 수용소의 경험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글이다.
마지막 슈호프의 역설적 독백이 매우 인상적이였다. 부조리한 강제 수용소에서의 흡족한 마음이란...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정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눈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있는 그런 날이었다.
게다가 나는 가칠봉 GOP에서의 아주 추웠던 1년을 생각하며 아~주 조금이나마 슈호프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었다.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이겨낼 수 없는 절망과 바꿀 수 없는 부조리함 안에서는 소소한 행복에 모든 정신을 쏟을 수 밖에 없다.
우리도 슈호프와 다를 바가 없다.
건더기가 많은 양배추 국과, 200그람의 빵이 세상의 전부가 될 수도 있다.
'책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팀] 더 인터뷰 (0) | 2016.01.10 |
---|---|
[채사장]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편) (0) | 2016.01.08 |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0) | 2015.12.16 |
[페터 비에리] 자기 결정 (0) | 2015.12.14 |
[김응교] 곁으로 (0) | 2015.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