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장

[히라카와 가쓰미]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이 책의 원제는 <소상인의 권유>라고 한다.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라는 한국어판 제목은, 나름 유명한 책인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저자가 이 책의 사례를

 이야기 했다는 연관성을 강조 하기 위해 비슷한 류의 문장형 제목을 채택한 듯 싶다.


이 책은 성공한 소상인이 되기 위한 팁이나 사례등을 제시하는 실무적 책이 아니라, 소상인 정신을 담은 철학책에 가깝다. 

글로벌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시대를 거쳐온 우리는 이미 공급과잉의 시대 속에서 해법을 찾고 있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공급과잉은 

전쟁이나, 식민지로 새로운 공급처를 찾기 마련인데 지금의 글로벌 세계는 마음대로 전쟁을 하거나 식민지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럼

국 불경기가 찾아오고, 영원한 성장을 당연시한  소비사회의 주역인 우리들은 좌절감에 빠져든다. 

공급과잉으로 기업들은 욕망을 최대한 세분화해서 블루오션이라는 그럴듯한 말을 붙이거나, 우리가 원래 갖고 있지 않던 욕망을 광고나 

미디어를 통해 갖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리고 새로이 공급하려고 한다. 


이러한 패턴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축소균형의 소상인 정신을 권유한다. 소상인은 확대,성장보다는 존속하는데 우선을 둔다. 

더 이상 성장이 어려운 이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만들어가겠다라는 무리한 정신보다는, 성장이 없음을 인정하고 축소와 균형에

가치를 둔 정신을 가지자는 건데, 난 굉장히 동의한다. 


지금의 신자유주의란 고삐풀린 말처럼 질주하는데 결국 하늘과 땅만큼의 빈부의 격차로 귀결되었다. 그래도 우리 사회는 '낙수효과'를 

외치며 대기업을 옹호하고 있다. 지금 대기업들이 꽁꽁 꿍쳐놓고 풀지 않는 그 수조원의 돈들을 보면 낙수효과란,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농경 사회가 시작되면서 인간들이 노동하게 되고, 계급이 생기게 되었다고 했다. 비슷한 취지의 말을 이미

 <석기시대의 경제학>을 마셜 살린스가 했었고, 이 책에서 소개 된다.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식량을 구하는 데 들인 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3~5시간에 불과했다. 저축이란 개념도 없었다.

하지만 농경과 산업화 과정을 거칠수록 노동 시간이 늘었을 뿐 아니라 여가는 더욱 줄었고 굶주리는 사람은 오히려 많아졌다. 

그는 효율과 성장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경쟁이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주장했다. "


<사피엔스>의 마지막 챕터처럼, 과연 수렵채집생활과 농경생활과 산업혁명을 거쳐와서 신자유주의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

이 엄청난 발전 속에서 "과연 행복해졌는가?" 에 대해서 심히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난 소상인을 꿈꾸고 있다. 그래서 이 책 제목에 혹해서 읽었겠지. 

더 이상의 기술발전과 혁신이라 일컬어지는 모든 것들이 '우리가 필요했던거냐?" 아니면 기업들이 팔아먹기 위해서 필요한거냐? 

답은 모두 알 고 있을 것이다.


냉장고, 자동차, 세탁기, 전기같은 기술들은 우리의 삶을 바꾼 진정한 혁명이였지만, 

아이폰이나 전기자동차, VR등의 혁신들은 내가 필요했던 것들이 아니고 내 삶을 구조적으로 바꿀 수도 없는 기술들이다. 

이러한 기술들이 필요한 건 우리가 아니라 기업들이다. 그리고 또 그들은 미디어와 광고를 통해 우리에게 그 필요성을 강요한다. 


소니 창업자 이부카 마사루의 설립취지서를 보면, 소상인의 정신을 알 수 있다.

부당한 이익 지상주의를 없애고, 어디까지나 내용에 충실하고 실질적인 활동에 중점을 두어 쓸데없이 규모를 좇지 않는다.

경영 규모로는 오히려 작기를 바라고, 대기업이기 때문에 나아갈 수 없는 분야에서 기술의 진보와 경영 활동을 기대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는 축소하고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자는 주장이 헛바람 들어간 이상적인 소리처럼 들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늘 변화해왔다.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는 애덤 스미스가 꿈꿔 온 자본주의와는 분명 다르다.